한국 AI 사업 부정부패 의혹 확산…‘독파모’ 평가 불투명성이 불씨 됐다

국가 차원의 AI 육성 사업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2차 평가에서 글로벌 AI 성능지표 AAII 점수가 가장 높았던 모티프테크놀로지스가 탈락하면서 평가의 공정성을 둘러싼 의문이 다시 제기됐다. 정부는 벤치마크·전문가·사용자 평가를 종합한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기업별 세부 점수와 최종 산출 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부정부패나 평가 조작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다만 수조원 규모로 확대되는 국가 AI 투자에서 평가 과정을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은 실제 정책적 문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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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자료 조사와 초안 정리에 보조적으로 사용했으며, 편집부가 출처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AAII 1위인데 왜 탈락했나’에서 시작된 논란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8월 18일 발표된 독파모 2차 단계평가 결과다.

정부는 2차 평가에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LG AI연구원을 다음 단계 정예팀으로 선정하고 모티프테크놀로지스를 탈락시켰다.

평가는 총 100점으로 구성됐다. 벤치마크 평가가 40점, 전문가 평가가 35점, 사용자 평가가 25점이다.

문제는 글로벌 AI 모델 성능을 비교하는 Artificial Analysis Intelligence Index(AAII)에서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Motif 3’가 네 모델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는 데 있다.

공개된 AAII 점수는 모티프 47점, 업스테이지 37점, SK텔레콤 35점, LG AI연구원 31점이었다.

숫자만 보면 모티프가 가장 앞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점수 자체가 최종 평가 점수는 아니다. AAII는 40점짜리 벤치마크 평가 가운데 25점에 해당하며, 나머지 15점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평가다. 여기에 전문가 평가 35점과 사용자 평가 25점이 합쳐진다.

따라서 AAII 1위가 곧 최종 1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논란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전체 평가에서 어떤 항목에 얼마만큼의 점수를 줬는지, 각 기업의 전문가 평가와 사용자 평가가 각각 몇 점이었는지, 최종적으로 어떻게 합산했는지를 외부에서 재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근소한 차이의 종합 결과”라고 설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특정 평가 하나가 당락을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18일 브리핑에서 네 기업 간 벤치마크·전문가·사용자 평가 모두 격차가 크지 않았으며, 여러 평가 결과가 종합적으로 반영됐다고 밝혔다.

모티프의 탈락에 대해서는 기술력 자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번 평가에서 비중이 커진 사용성·활용성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개된 평균값을 보면 벤치마크 평가에서 1위와 4위의 격차는 4점, 전문가 평가는 2.4점, 사용자 평가는 5점이었다.

즉 AAII에서 크게 벌어진 원점수 차이가 전체 평가에서는 상당히 좁혀질 수 있는 구조다.

이 설명 자체는 평가 구조와 모순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 과정을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데일리는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4개 기업의 전체 세부 항목별 점수와 최종 3위·4위 간 구체적인 점수 차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상기 대표 역시 평가 지표와 기업별 점수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갤에서 ‘부정부패’ 의혹으로 번진 이유

디시인사이드 특이점이 온다 갤러리에서는 이 문제가 단순한 평가 방식 논쟁을 넘어 정부의 AI 예산 집행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부 이용자는 국민평가단의 비중과 선정 방식, 정부가 기업별 세부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세금 파티’라는 강한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실제 게시글에서는 정부가 AI를 명분으로 세금을 집행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등장했다.

또 다른 게시글에서는 독파모의 평가 방식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빗대 비판하거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평가 과정이 더 투명해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다만 여기서 온라인 커뮤니티의 주장과 확인된 사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자료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금전적 특혜, 평가위원과 기업 간 부정 거래, 점수 조작 등이 확인됐다는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상황을 ‘한국 AI 사업에서 부정부패가 적발됐다’고 표현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넘어선다.

보다 정확한 표현은 **‘국가 AI 사업의 평가 투명성을 둘러싼 의혹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논란은 2차 평가에서 처음 시작된 것이 아니다

독파모를 둘러싼 평가 논란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졌다.

1차 평가에서는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가 탈락했고, LG AI연구원·SK텔레콤·업스테이지가 정예팀으로 선정됐다. 이후 정부가 추가 공모를 진행하면서 모티프테크놀로지스가 다시 정예팀에 합류했다.

당시에도 독자성 기준과 평가 방식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정부는 2월 추가 정예팀 선정 당시 향후 평가 기준을 산업계·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모티프가 실제로 개발할 모델의 독자성은 향후 모델 제출 시점에 판단하겠다는 입장이었다.

2차 평가를 앞두고는 벤치마크 과적합, 이른바 ‘벤치맥싱’ 문제도 등장했다.

연합뉴스는 외부 데이터 및 성능 개선 업체의 활용 범위가 독파모 규정과 충돌할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외부 업체가 단순 데이터 공급을 넘어 모델별 성능 분석이나 맞춤형 데이터 설계까지 수행했다면 규정 적용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외부 데이터 구매 자체는 독자성 기준에 위배되지 않으며 전문가 및 사용자 평가를 병행하기 때문에 벤치마크 과적합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평가단도 논란의 한 축

2차 평가에서 새롭게 들어온 국민 사용자 평가도 논쟁거리다.

정부는 AI 전문 사용자 49명과 일반 국민 185명 등 총 234명이 모델을 실제로 사용한 뒤 사용성과 효능감을 평가하도록 했다. 사용자 평가에는 25점이 배정됐다.

이 방식에 대해서는 찬반이 갈린다.

AI를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이 느끼는 편의성과 활용성을 평가하는 것은 기존 벤치마크가 잡아내기 어려운 부분을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고성능 파운데이션 모델의 미세한 성능 차이를 일반 사용자가 단기간 사용해 판단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더구나 과거 국민평가단 모집 과정에서는 평가 대상 기업과의 이해관계 확인 절차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매일경제는 평가단의 소속 확인 절차와 동일인의 반복 신청 방지 문제 등을 둘러싼 신뢰성 논란을 보도했다.

이 역시 부정행위가 확인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평가 대상 기업과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을 선정했다는 사실을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명확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는 별개의 사안이다.


더 큰 문제는 9.9조원으로 커진 국가 AI 예산

독파모 논란이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단순히 기업 하나가 탈락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2026년 정부는 AI 관련 예산을 전년보다 크게 늘려 9.9조원으로 편성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41개 부처가 741개 AI 사업을 추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배정된 AI 관련 예산만 5.1조원 규모다.

이처럼 국가가 AI를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할수록 평가 과정의 투명성은 더 중요해진다.

정부가 기업에 돈과 GPU를 지원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AI 기업들이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인프라 지원은 충분히 정책적 명분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지원했으며 그 결과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다.

특히 정부 AI 사업이 늘어나면서 비슷한 사업에 같은 기업들이 반복해서 참여하는 현상도 이미 지적되고 있다.

아주경제는 독파모에 참여했던 기업과 기관들이 이후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도 참여하는 사례를 보도하면서, 국내에서 대규모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기업군 자체가 많지 않아 정부 사업의 참여 풀이 좁아지는 현실을 지적했다.

따라서 반복 참여 자체를 특혜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정부 지원사업의 수혜 구조가 소수 기업에 집중되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검증할 필요는 있다.


‘부정부패’와 ‘투명성 문제’는 구분해야 한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를 놓고 보면 세 가지 층위를 나눠봐야 한다.

첫 번째는 확인된 사실이다.

독파모 2차 평가에서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AAII 47점으로 네 모델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최종적으로 탈락했다. 정부는 벤치마크·전문가·사용자 평가를 합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확인 가능한 문제 제기다.

기업별 세부 점수와 최종 산출 과정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외부에서 결과를 재현하기 어렵다. 이 부분은 실제 언론에서도 지적되고 있다.

세 번째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다.

특정 기업 밀어주기, 평가 조작, 정부와 기업 간 부정 거래, 예산 횡령이나 배임 등이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이를 입증할 근거가 없다.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묶어 ‘한국 AI 사업 부정부패’라고 규정하면 오히려 핵심적인 문제를 놓칠 수 있다.

현재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 문제는 부정부패의 증거가 아니라 검증 가능성의 부족이다.


정부가 공개해야 할 것은 의혹 해명이 아니라 데이터다

이번 논란을 가장 깔끔하게 끝내는 방법도 복잡하지 않다.

기업별 최종 점수를 모두 공개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각 평가 영역의 점수와 환산 방식, 평가 항목별 배점, 평가단 구성 원칙, 이해관계자 배제 절차, 사용자 평가의 통계적 처리 방식 정도는 공개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평가 결과를 재현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가 제공되면 된다.

정부는 기업별 세부 점수 공개가 어려운 이유로 영업비밀 등을 들고 있다. 동시에 정부가 설명한 것처럼 네 기업 간 최종 격차가 실제로 작았다면, 그 차이가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사업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앞으로 독파모뿐 아니라 국가 AI 컴퓨팅, AI 바우처,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 모두의 AI 등 여러 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국가 AI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이겼느냐’보다 왜 그 기업이 이겼는지를 국민이 검증할 수 있느냐에 가깝다.

이번 논란의 결론도 아직 부정부패가 아니다. 현재 확인된 것은 평가 결과를 둘러싼 설명과 공개 데이터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간극을 정부가 얼마나 구체적인 평가자료로 메우느냐가 앞으로 확인해야 할 핵심 쟁점이다.

참고자료

참고한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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