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IPO, 정말 올해 될까 — 스페이스X가 쏘아올린 경고와 앤트로픽과의 진검승부
오픈AI가 1조 달러 몸값을 목표로 IPO를 신청했으나 스페이스X의 상장 후 32% 급락을 지켜본 뒤 2027년으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반면 앤트로픽은 트럼프의 안보 위협 철회 발언까지 얻어내며 10월 상장을 예정대로 밀어붙이고 있어 두 회사의 상장 순서 자체가 서로의 최종 몸값을 좌우하는 전략적 승부가 됐다는 소식입니다.
챗GPT의 모회사 오픈AI(OpenAI)가 지난 6월 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TradingKey 보도에 따르면 앤트로픽(Anthropic)에 이어 상장을 추진하는 두 번째 AI 슈퍼 유니콘으로, 목표 기업가치는 1조 달러에 육박합니다. 주간 활성 이용자 약 9억 명, 빠르게 커지는 기업용 사업이 그 배경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가 나온 지 3주 만에 상황이 꽤 복잡해졌습니다. 오픈AI의 상장 시점을 둘러싸고 최근 나온 소식들을 종합하면, 애초 그림과는 다른 결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오픈AI는 어떤 회사인가
간단히 배경을 짚으면, 오픈AI는 샘 올트먼·일론 머스크·피터 틸 등이 2015년 12월 "안전한 범용 인공지능(AGI) 실현"을 목표로 세운 비영리 연구기관이었습니다. 2019년 외부 투자를 받기 위해 '영리 제한(capped-profit)' 구조로 전환했고, 2022년 11월 공개한 챗GPT는 인터넷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소비자용 애플리케이션이 됐습니다. 이후 GPT-4, 이미지·영상 생성 도구, AI 에이전트, 기업용 API까지 사업을 넓혀왔습니다.
숫자로 보면 성장세는 뚜렷합니다. 2026년 1분기 매출은 약 57억 달러, 연간 목표는 300억 달러입니다. 다만 같은 기간 조정 영업이익률은 -122%로, 매출 1달러당 1.22달러의 손실을 내고 있습니다. 2025년 한 해 전체로는 매출 131억 달러에 순손실 385억 달러를 기록했다는 최근 분석도 있습니다. 오픈AI는 2030년은 되어야 현금흐름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앤트로픽과의 진검승부 — 그리고 갈라진 두 길
오픈AI의 IPO는 처음부터 앤트로픽과 한 묶음으로 다뤄져 왔습니다. 앤트로픽이 6월 1일, 오픈AI보다 일주일 앞서 기밀 IPO 서류를 냈기 때문입니다. 두 회사는 기업가치(앤트로픽 9650억 달러 vs 오픈AI 8520억 달러), 매출, 기업용 AI 시장 점유율까지 전면적으로 경쟁하는 사이입니다. 실제로 앤트로픽은 지난 4월 기업용 AI 지출 점유율에서 오픈AI를 처음 앞지르며 2년간의 독주를 끝냈습니다(34.4% 대 32.3%). 반면 오픈AI는 챗GPT의 압도적인 소비자 기반(주간 이용자 약 9억 명)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보도들을 보면, 두 회사의 상장 시점이 갈라지고 있습니다. 앤트로픽은 여전히 10월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골드만삭스·JP모건·모건스탠리를 주간사로 세우고 절차를 밟는 중입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앤트로픽이 지난 6월 19일 정치적 걸림돌 하나를 넘었다는 사실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악시오스(Axios)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앤트로픽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고 언급했습니다. 앞서 이 블로그에서 다룬 페이블 5·미토스 5 수출통제 사태를 생각하면, 이 발언은 앤트로픽과 백악관 사이의 긴장이 눈에 띄게 누그러졌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반면 오픈AI는 상장에 속도를 내지 않는 모습입니다. 블룸버그는 6월 26일, 오픈AI 경영진이 상장을 2027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사라 프리어는 내부적으로 2030년까지 이어질 6000억 달러 이상의 컴퓨팅 인프라 계약과 현금 소진 속도를 이유로 2027년 상장을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올트먼 CEO는 "1조 달러 미만 기업가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결국 문제는 "지금 시장에서 1조 달러를 인정받을 수 있느냐"로 좁혀집니다.
핵심 변수 — 스페이스X가 쏘아올린 경고
오픈AI가 주저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따로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지난 6월 12일 사상 최대 규모의 IPO로 나스닥에 데뷔했는데, 상장 첫날 20% 가까이 급등해 시가총액이 한때 2조 600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폭스풀(Motley Fool) 분석에 따르면 스페이스X 주가는 이후 고점 대비 약 32% 빠지며 150~160달러대로 주저앉았습니다. 초기 매도 물량이 적어 잠깐 폭등했다가, 시간이 지나며 거품이 빠지는 전형적인 패턴이었던 셈입니다.
이 조정이 오픈AI에는 직접적인 경고로 다가왔습니다. 스페이스X처럼 화려하게 데뷔했다가 이내 고꾸라지는 모습을 시장이 목격한 만큼, 비슷한 손실 구조(스페이스X도 xAI 인수 이후 재무제표를 다시 짜자 적자로 전환됐습니다)를 가진 오픈AI가 굳이 지금 1조 달러를 걸고 상장할 이유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회사 내부에서도 힘을 얻은 것입니다.
다만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지는 않습니다. 6월 29~30일 사이 스페이스X 주가와 AI 관련주가 함께 반등하면서, TradingKey는 오픈AI의 연내 상장 가능성이 다시 시장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나스닥 종합지수가 2% 넘게 뛰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4% 가까이 오르는 등 투자 심리가 살아나면서, 옵션 분석가 봅 랭 같은 이는 "AI 우량 기업에 대한 자본시장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오픈AI의 상장 시점은 아직 확정된 게 아니라, 시장 분위기에 따라 그때그때 흔들리는 살아있는 변수라는 뜻입니다.
왜 이게 그냥 '한 회사의 사정'이 아닌가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상장 순서가 왜 이렇게까지 주목받을까요. 한 시장 분석은 이를 **"벤치마크 트랩(Benchmark Trap)"**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두 회사가 사실상 같은 기업 고객을 두고 겹치는 상품을 파는 상황에서, 먼저 상장하는 쪽이 업계 전체의 '기준 배수(multiple)'를 정해버린다는 것입니다. 앤트로픽이 10월에 예정대로 상장해 연매출 대비 특정 배수로 가치를 인정받으면, 그 숫자가 이후 오픈AI를 평가하는 잣대가 됩니다. 즉 어느 쪽이 먼저 나서느냐가 단순한 순서 문제가 아니라, 두 회사 모두의 최종 몸값을 좌우하는 전략적 승부가 되는 셈입니다.
개인 투자자는 어떻게 접근할 수 있나
아직 두 회사 모두 비상장 상태이지만, 간접적으로 노출을 얻는 길은 있습니다.
- 주주 기업 투자: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지분 약 27%), 아마존(약 4.66%, 추가 350억 달러 투자 약정), 소프트뱅크(약 11.66%), 엔비디아(약 3.47%)에 투자하는 방법입니다.
- AI 테마 ETF: ARKK, IRBO, BOTZ, AIQ 등이 상장 후 두 회사를 편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캐시 우드의 아크 벤처 펀드는 이미 스페이스X·오픈AI·앤트로픽 지분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세컨더리 마켓: 포지(Forge), 이퀴티존(EquityZen) 같은 플랫폼이 있지만, 적격 투자자로 자격이 제한되고 두 회사 모두 미승인 거래를 무효화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한국 독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소식은 한국과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오픈AI가 신청서를 낸 지 얼마 안 된 6월 30일, 국내 메모리 반도체 대기업 SK하이닉스도 미국 SEC에 F-1 등록신청서를 제출하며 나스닥 상장(티커명 'SKHY')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AI 붐을 타고 미국 증시 상장에 나서는 흐름이 이제 한국 대기업에도 번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이 오픈AI·앤트로픽 IPO 이야기는 앞서 이 블로그에서 다룬 여러 소식과도 이어집니다. 정부가 반도체 초과세수 5조 원과 1000조 원 규모 데이터센터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AI 연산 능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데, 정작 그 최전선에 있는 오픈AI조차 "1조 달러 몸값을 지금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가"를 두고 주저하고 있다는 사실은, AI 산업 전반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신중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국내에 상장된 AI 관련 종목이나 반도체주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오픈AI·앤트로픽의 상장 시점과 그 이후 주가 흐름을 미국 AI 밸류에이션 전반의 '온도계'로 참고할 만합니다.
정리하며
이 이야기의 핵심은 "오픈AI가 상장하느냐 마느냐"가 아닙니다. 역대급 AI 기업 두 곳의 상장 경쟁이, 스페이스X라는 예상치 못한 선례를 만나면서 시장 전체의 AI 밸류에이션 신뢰도를 시험하는 무대가 됐다는 점입니다. 앤트로픽은 정치적 리스크를 덜어내며 예정대로 앞서가고 있고, 오픈AI는 시장의 변덕 속에서 몸값과 시점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남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앤트로픽이 10월 예정대로 1조 달러 상장에 성공한다면, 그 숫자가 오픈AI에게는 넘어야 할 벽이 될까요, 아니면 오히려 손쉬운 이정표가 될까요? 그리고 두 회사 모두 여전히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이 이 정도 몸값을 계속 정당화해줄 수 있을까요? 앤트로픽의 10월 상장이 먼저 그 답의 일부를 보여줄 것입니다.
이 글은 TradingKey 보도(2026년 6월 14일, Jay Qian)를 기반으로, Bloomberg·Motley Fool·IndMoney 등 최신 보도를 반영해 작성되었습니다.